책소개
존 키츠는 자신의 시적 야심을 실험하기 위해 그의 최초의 장시인 ≪엔디미온: 시적 로맨스(Endymion: A Poetic Romance)≫를 쓴다. 키츠 자신이 “시도하는 시”로 명명했던 것처럼, 이 시는 시의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내용에 통일성이 결여되고 산만하다. 그러나 키츠의 시론과 더불어 그의 다양한 시적 장치에 대한 태동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나온 그의 대작들의 산실이란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또한 이 시는 키츠가 그의 대부분의 시에서 표현하고 있는 지상과 천상, 육신과 영혼, 인간과 신에 관한 사고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어 키츠 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 시에서는 이원적인 주제의 한 통로로서 지상과 천상, 인간과 신, 그리고 육신과 영혼의 공존에 대한 희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런 희구가 인간 세상에서 참된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시의 뼈대가 되는 이야기는 신화 속 달의 여신과 아름다운 소년 목동이 나눈 사랑에서 차용한 것이다. 본래의 신화에 의하면 라트모스 산의 아름다운 양치기 소년인 엔디미온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사랑을 받는다. 어느 날 그가 잠든 것을 지켜보던 아르테미스가 내려와 키스하고 그를 달로 데려감으로써 그는 천상의 세계로 승천한다. 이 신화에서 우리는 엔디미온이 매우 수동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키츠는 그의 시에서 엔디미온을 본래의 신화와 정반대로 그 스스로 자신이 연모하는 대상인 달의 여신을 찾아다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변모시킨다. 키츠는 옛 신화를 변형해 그 신화 속에 인간적인 의미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그 부제가 암시하듯 시적 로맨스로서 상상력에 의한 유동성과 그 유동성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점진적인 발전과 상승을 보여 준다. 인간은 먼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지하고, 나아가 사랑과 우정으로 다른 인간과 동화하며, 감각적인 성적 사랑을 거쳐 자기 상실, 혹은 몰개성을 통해 본질과 일치해 불멸을 성취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인간은 정수(essence)인 신에 용해되어 불멸을 인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 소멸을 통해 자연미의 인식을 거쳐 “하나가 됨(oneness)”에 이르고, 거기서 다시 자기 소멸은 더욱 심화되어 우정과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200자평
존 키츠의 최초의 장시 <엔디미온>은 이원적인 주제의 한 통로로서 지상과 천상, 인간과 신, 그리고 육신과 영혼의 공존에 대한 희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런 희구가 인간 세상에서의 참된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는 역설이 나타나 있다. 이 시의 뼈대가 되는 이야기는 달의 여신과 아름다운 소년인 목동의 사랑의 신화에서 차용한 것이다.
지은이
존 키츠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들 중 막내인 존 키츠는 1795년 10월 31일 영국의 런던 페이브먼트 로 무어필즈 24번지에서 마차 대여업자의 고용인인 아버지와 그 집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키츠는 학교에서 책을 많이 읽었으며, 키가 다 컸을 때 154cm였을 정도로 작고 몸은 약했지만, 명랑하고 싸움도 잘하고 매우 남자다운 성향을 지녔으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동생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일찍이 인간 삶의 고통과 슬픔을 경험한 그는 약제사 겸 외과의가 될 생각으로 학교를 마친 후 병원에서 견습생을 거쳐 의사와 약제사 면허를 받지만 문학에 심취해 개업을 포기하고 문학 서적을 읽으며 인간 삶의 고통과 우울, 그리고 이에 대한 해독제로서의 사랑과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시들을 쓰기 시작한다. 키츠에게 문학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의 막내가 될 초석을 닦은 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첫 작품집 ≪시집(Poems)≫에 이어 ≪엔디미온(Endymion)≫을 출간하고, 여러 작품들을 발표하며 유명한 시인이 된다.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가서 스페인 광장 26번지(26 Piazza Di Spagna)에 방을 얻어 지내다가 1821년 2월 23일에 스물여섯 살의 젊은 나이로 죽어 로마의 신교도 묘지에 묻히고 만다. 그의 묘비에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작가인 프랜시스 보몬트(Francis Baumont)의 <필래스터(Philaster)>에서 따온 문구인 “여기 물 위에 이름을 쓴 자가 누워 있노라(Here lies one whose name was writ in water)”가 쓰여 있다.
옮긴이
윤명옥은 충남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존 키츠의 시에 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다. 충남대학교에 출강하는 한편,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위원회 사무국장과 한국시 영역 연간지 ≪POETRY KOREA≫의 편집을 맡았었으며, 현재는 홍익대학교와 가천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영미학, 교양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영미 시와 캐나다 문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 왔으며, 전공 저서로 ≪존 키츠의 시 세계≫, ≪역설·공존·병치의 미학: 존 키츠 시 읽기≫가 있고, 우리말 번역서로 ≪키츠 시선≫, ≪엔디미온≫, ≪바이런 시선≫,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 ≪로버트 브라우닝 시선≫, ≪디킨슨 시선≫, ≪나의 안토니아≫,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등 다수가 있다. 영어 번역서로 ≪A Poet’s Liver≫, ≪Dancing Alone≫, ≪The Hunchback Dancer≫ 등이 있다. 허난설헌 번역문학상, 세계우수시인상, 세계계관시인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과 미국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말 시집(필명: 윤꽃님)으로 ≪거미 배우≫, ≪무지개 꽃≫, ≪빛의 실타래로 풀리는 향기≫, ≪한 장의 흑백사진≫, ≪괴테의 시를 싣고 가는 첫사랑의 자전거≫가 있고, 미국에서 출간된 영어 시집(필명: Myung-Ok Yoon)으로 ≪The Core of Love≫, ≪Under the Dark Green Shadows≫가 있다.
차례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
그 사랑스러움은 오로지 증가할 뿐, 결코
무(無)가 되지 않는다네. 그것은 우리에게 영원히
조용한 쉼터가 되어 주고, 감미로운 꿈으로
가득 찬 잠을 주고, 건강과 차분한 호흡을 준다네.